1. 레거시 시스템 회사에 다닌다는 소설

2025. 3. 10. 01:29Lega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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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버 개발자 G는 최근 이직에 성공했다. 중고 당구 큐를 판매하는 플랫폼 회사로, 요즘 같이 어려운 세상에 관심 있는 비즈니스 도메인의 탄탄한 강소기업으로 이직했다는 사실은 G를 매우 설레게 했다. 서류 접수부터 채용까지 모든 과정이 매끄러웠고, 특히 면접때는 자신이 평소 쳐왔던 당구와 큐에 대한 식견을 마음껏 뽐내면서 면접관들의 끄덕거림과 함께 합격하였기에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물론 덕업일치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만이 G의 기쁨의 원천은 아니었다. 첫 번째 직장인 전직장에서 서버 개발을 처음 시작한 후로 늘어나지 않는 실력과 역할에 답답함과 갈증을 느끼고 있었고, 전직장이 경영악화로 점점 기울고 있어 그의 이직은 나름 절실하긴 했다. 서버 개발자로서 잘해야 하는 것들을 메모하고 이력서를 수정해서 면접관에게 주장해보았지만 면접관은 항상 그것 보다 한 단계 다음 스텝의 질문을 날렸고, 우물쭈물 대답하다가 집에 돌아와서 이력서의 해당 문구를 지우고 술잔을 채우는게 그의 이직준비 루틴이던 와중이었다.

새 회사의 기술스택은 G의 마음에 쏙 들었다. 사용하는 Java 언어도 똑같고, 전직장에서도 매일 레거시 레거시 소리만 듣고 살았는데 지금 회사는 전직장보다는 덜한 것 같다. 그리고 적용해보고 싶은 신규 언어나 기술 스택 단어들이 몇 개 눈에 띄었다. AWS, Kotlin.. 이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다 보면 다음 회사를 갈 때는 이 정도 스택은 내 것으로 만들 수 있겠구나. 

출퇴근 시간이 다소 늘었지만 그의 발걸음은 희망찼다. 새로 만나는 사람들과의 소통은 너무나도 즐겁고, 인정받고 일할 수 있다는 기대감과 자신감은 지속적으로 의욕을 불어넣었다. 

개발환경을 세팅한 후 소스를 받았다. 그리고 그는 새로운 레거시를 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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